노후에 대해 불안해 하는 이유는 '세가지 무지' 때문

 

노후에 연금이나 퇴직금 등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모르는 것

노후 생활에 얼마나 돈이 드는지 모르는 것

노후를 위해 돈이 얼마가 필요한지 모르는 것

 

얼마 전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홈페이지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은퇴 전문가이자 경제 칼럼니스트인 오에 히데키 대표의 칼럼을 읽었다. 이 칼럼에서 오에 히데키 대표는 사람들이 노후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유는 세 가지 무지때문이라고 한다. ‘세 가지 무지는 첫째, 노후에 연금이나 퇴직금 등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모르는 것. 둘째 노후생활에 얼마나 돈이 필요한지 모르는 것. 셋째, 앞서 언급한 두 가지를 모르니 자신이 얼마나 돈을 마련해야 안심인지 모르는 것이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은퇴 재무설계 강의를 진행할 때 제일 먼저 강의하는 내용이라 일본이나 한국이나 노후 준비에 대해 고민하는 전문가의 생각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면 오에 히데키 대표가 이야기하는 세 가지 무지를 어떻게 극복해야 불안하지 않은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지 하나씩 짚어보자.

 

첫째, 현재까지 얼마나 노후 생활비를 준비했는지 먼저 확인해 보자.

 

직장인 대부분이 눈앞의 현실에 치여 살기 때문에 노후 준비를 거의 못 했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더 많은 노후 생활비를 준비했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은 정도다. 개인연금처럼 매달 내 통장에서 바로 빠져나가지 않아 평소에는 체감하지 못하지만 입사해서 지금까지 부어온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나 퇴직급여가 생각보다 꽤 쌓여 있다. 근속 연수가 길면 길수록 쌓인 금액은 더 많다. 강의하러 가면 가장 먼저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수강생들 앞에서 이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하면서 노후 준비에 대한 자신감부터 심어준다.

 

요즘은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노후 준비 정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 홈페이지(https://www.fss.or.kr)’에 공인 인증서나 휴대전화 또는 간편 인증으로 접속하면 가입한 연금의 계약 정보와 언제부터 얼마의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접속하면 연금 정보를 확인하는 데 영업일 기준으로 3일이 걸린다. 그 이후로는 정보가 필요할 때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정보는 한 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된다. 가족 정보를 입력하면 부부의 연금액도 합산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연령별로 얼마나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오에 히데키 대표가 말하는 첫 번째 무지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평균이 아닌 나만의 노후 생활비를 정해야 한다.

 

언론에서 부부나 1인 가구의 노후 생활비로 얼마가 필요한지에 대해 자주 보도된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에 가서 부부의 노후 생활비로 얼마가 필요한지 수강생에게 질문하면 월 200만 원, 250만 원, 300만 원 등 천편일률적으로 답한다. 하지만 수강생 각자의 라이프사이클, 자산 보유 정도, 노후생활의 목표, 가족 구성 등이 제각각이라 정해진 답은 없다고 강조한다. 평균이 아니라 나만의 노후 생활비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현재 가계부를 쓰지 않더라도 퇴직 후 자녀 독립을 가정해 미래 가계부 즉 미래 예산을 세운 후 시기별로 노후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정해야 한다. 그 숫자가 어느 부부는 288만 원이 될 수 있고 다른 부부는 327만 원이 될 수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노후생활을 해야 하면 그 숫자가 더 커지고 귀농이나 귀촌한다면 그 숫자가 더 작아진다. 언론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에서 발표하는 적정이나 최소 노후 생활비는 참고치일 뿐이다.

위의 표는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국민연금연구원에서 2021년에 실시한 국민노후보장패널 9차 조사 결과로 중-고령자의 주관적 노후 필요생활비 수준이다. 전국 평균 부부의 적정 노후 생활비는 289.6만 원이고 1인 가구의 적정 노후 생활비는 183.1만 원이다. 서울 거주자의 노후 생활비는 평균보다 높고 광역시나 도는 평균보다 낮다, 보통 이렇게 요약된 표를 보면 평균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노후 생활비가 평균보다 더 많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평균보다 덜 필요한 사람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언론에서 발표하는 적정 노후 생활비도 마찬가지다. 노후나 은퇴 준비를 위한 미래 예산을 따져보기 싫다면 이 기준이라도 참고하는 것이 차선이겠지만 차질 없이 잘 준비하려면 반드시 미래 예산을 미리 따져본 후 나만의 노후 생활비를 정해야 한다. 그래야 오에 히데키 대표가 말하는 두 번째 무지에서 완전히 탈출할 수 있다.

 

셋째, 필요생활비와 현재까지 준비한 생활비의 갭을 메우는 게 노후 준비의 핵심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과정을 통해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와 준비한 연금을 확인한 후에는 그 갭을 메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서 실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필요생활비가 매월 315만 원이고 현재까지 준비한 연금이 205만 원이라면 그 차액인 110만 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갭을 메우는 방법은 살아온 이력이나 보유 자산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근로나 사업을 통해 메울 수도 있고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 그리고 사는 집을 현금화시킬 수 있는 주택연금 등으로도 마련할 수 있다. 대부분 준비한 연금에 더해 주특기에 따라 이 다섯 가지 방법을 조합해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면 된다. 강의하러 가서 가끔가다 준비된 연금이 필요생활비보다 많은 수강생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리 흔하지는 않다. 보유한 자산이 많으면 노후 생활비에 대한 기대치도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때 두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하는데 물가 상승률과 연령별 생활비 변동이다. 물가 상승에 따라 화폐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65세에 매월 생활비 300만 원을 목표로 한다면 66세에는 더 많은 액면 금액이 필요하다. 미국의 연준이나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물가 목표가 연간 2% 정도니 이 기준에 맞추면 된다. 예를 들어 물가 상승률을 연 2%라고 가정하면 65세에 300만 원은 66세에는 306만 원과 같은 가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연령별로 생활비가 변동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퇴직 후가 가장 건강하고 활동이 왕성하므로 70세까지 생활비가 100%라면 71~80세까지는 70%, 81세 이후에는 50%로 정하면 적당하다. ,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70대부터 사망할 때까지 의료비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별도의 대비가 필요한데 이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오에 히데키 대표가 말하는 세 번째 무지에서도 벗어나게 되니 금전적인 노후 준비에 대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한번 해보고 끝내지 말고 퇴직할 때까지 최소한 분기에 한 번씩 점검하면서 보완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노후 준비가 완성돼있을 것이다.

 

칼럼리스트 이천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