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말에 기획재정부는 다음 해부터 적용할 세법 개정안을 보도 자료를 통해 배포한다. 기획재정부에서 발의한 세법 개정안이 2024년에 바로 적용되는 건 아니고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변경되거나 조정 또는 폐지되기도 하므로 연말에 최종 확정되는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세법 개정안에 담겨 있는 내용 중에 은퇴 준비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2가지 내용이 있어 살펴보겠다.

 

첫째, 사적연금 분리과세 기준
연간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대표적인 연금 계좌인 연금저축이나 IRP 등이 사적연금이다. 사적연금인 연금저축이나 IRP에 내는 금액은 연간 900만 원(연금저축만 내면 600만 원)까지 세액 공제 혜택이 있다. 근로소득이 5,500만 원(종합소득 4,500만 원)을 초과하면 연간 납입금액의 13.2%, 5,500만 원(종합소득 4,500만 원) 이하면 16.5%를 세액 공제받는다. 내는 동안은 세액 공제받지만, 연금을 받을 때는 연령별로 5.5%~3.3%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단 연간 연금 수령금액 1,200만 원까지만 5.5%~3.3%로 저율 과세 되는데 연간 1,200만 원을 초과하면 전액을 종합과세나 16.5%의 분리과세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고율의 세금을 내야 한다. 즉 연간 1,200만 원을 넘게 사적연금을 받으면 세금 부담이 커져 배보다 배꼽이 커지므로 연간 1,200만 원 이내에서 연금을 받아야만 세액 공제받은 효과를 온전히 누리면서 절세할 수 있다. 이번에 발의된 세법 개정안에는 이 기준을 1,200만 원에서 1,500만으로 올리겠다는 안이 담겨 있다. 매월 일정한 금액으로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월 100만 원에서 월 125만 원으로 그 기준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번 기준 상향액이 여유가 있는 노후의 삶을 만들기 위해 사적연금을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10년 만에 이 기준이 상향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저출생 고령화가 점점 심화하고 있기에 앞으로 이 기준이 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업이나 지자체 강의에 가면 많은 교육생이 사적연금에 해당하는 연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잘 모른다.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도 같은 궁금증을 가지리라 여겨 사적연금에 해당하는 연금을 구분하는 방법을 위의 표로 간단하게 정리했다. 먼저 국민연금이나 공무원 연금 같은 공적연금은 당연히 사적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퇴직연금의 원금도 해당하지 않는다. 200012월 이전에 가입한 () 개인연금과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되는 보험회사 비적격 연금인 연금보험도 해당하지 않는다. 퇴직연금의 운용수익과 세액 공제받은 연금저축과 IRP를 원천으로 하는 원금과 운용수익으로 받는 연금만 사적연금에 포함된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2024년 사적연금 소득 분부터는 이 금액의 합산이 연간 1,200만이 아니라 1,500만 원을 넘으면 전액 종합과세 또는 16.5% 분리과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연말에 최종 확정되는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자녀가 혼인할 때
추가로 자녀 1인당 1억 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자녀에게 세금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공제 한도는 10년간 미성년자 2,000만 원, 성년 5,000만 원이다. 이 한도에는 변경 없이 혼인하는 자녀에게 자녀 1인당 1억 원을 세금 부담 없이 증여해 자녀의 결혼자금에 보태줄 수 있는 안이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겼다. 혼인 신고일 기준 2년 전부터 2년 후까지 증여한 돈에 한한다. 법률혼이 아닌 사실혼은 해당하지 않고 소급 적용도 하지 않는다. 확정되면 시행되는 202411일 기준일로부터 2년 전보다 더 앞서 결혼했다면 해당하지 않는다. 만일 혼인을 사유로 자녀에게 증여했는데 실제 혼인하지 않으면 이자를 더해 증여받은 원금을 부모에게 반환해야 한다. 이 세법 개정안이 변경 없이 202411일부터 적용되면 최대 3억 원까지는 세금 부담 없이 양가로부터 증여받아 혼인 비용에 보탤 수 있다. 기존에 적용되던 성년자 공제 5,000만 원에 혼인 공제 1억 원을 더하면 15,000만 원이고 양가에서 최대한 증여한다면 3억 원까지는 세금 부담 없이 자녀 혼인 비용에 보탤 수 있다.

 

사실 그동안 혼인 비용이 매년 많이 증가하면서 암암리에 증여세 신고 없이 자녀에게 혼인 비용을 보태주는 부모가 많았다. 자녀에게 혼인 비용을 기꺼이 보태주면서도 혹시 나중에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 추징을 당하지 않을까 내심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자녀가 주택을 구매할 때 자금 출처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입증할 수 없어 증여세를 추징당하는 일도 있었다. 세법 개정안이 이번 안대로 국회 심의를 거쳐 통과되면 앞으로 합법적으로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는 자녀의 혼인 비용에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자 감세나 부의 대물림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개정안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보다 훨씬 앞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인들의 보유한 자산이 소비에 사용되지 않고 장롱 속에 보관되어 소비 진작에 보탬이 되지 않자 손주의 육아비나 교육비 증여에 대해 일정 금액까지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손주 증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혼인 증여 공제 관련 세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이 있다. 하지만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자녀 세대에게 여유 있는 부모가 여유 없는 자녀에게 일찍 부를 이전함으로써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등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에 이번 세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하기를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이천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