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만일의 사고나 질병에 대비할 목적으로 가입한 보험은 사망이나 암과 뇌졸중 같은 큰 병에 걸렸을 때 남은 가족의 생활비나 치료와 병간호 비용 등을 충당해줘 가정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지지 않게 돕는다. 실손의료비는 일상에서의 크고 작은 질병이나 사고가 생겼을 때 치료비의 일정 비율만 부담하면 치료비가 없거나 부족해서 치료받지 못할 위험을 피하게 해준다. 이처럼 딱 필요한 만큼만 보험에 가입하면 가정 경제에 약이 되지만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보장 항목까지 더해 보험에 가입하면 독이 되는 게 보험이다.

 

퇴직을 앞뒀다면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지 마라

 

특히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에게 과도한 보험 가입이나 잘못된 보험 리모델링은 노후나 은퇴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기업이나 지자체에 가서 은퇴 재무설계 강의할 때 보험 관련해 특히 강조하는 내용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소득이 퇴직 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보험료가 부담돼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소득이 큰 폭으로 줄기 때문에 보험료를 내기 어렵다. 잘 유지하던 보험도 퇴직 후에 보험료를 더 이상 못내 해지당하거나 보험료 부담으로 부분 해지하는 경우가 주변에 흔하다.

 

보험이 아예 없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퇴직이 임박해서 새로운 보험에 가입해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는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가지고 있는 보험도 잘 살펴 꼭 필요하지 않은 보험이나 특약은 하루라도 빨리 해지하거나 부분 해지라도 해서 보험료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 이럴 때 꼭 알고 챙겨야 할 것이 국민연금 유족연금의 보험 기능이다. 특히 가장의 사망 관련해서는 국민연금 유족연금의 보장 금액은 일반 민영보험의 보장 금액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경제적 가장의 사망 보장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아이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필수적이며 절대적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는 경제적 가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아이들이 슬퍼하겠지만 그들의 미래에 더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길어진 수명에 홀로 남겨진 배우자의 노후 생활이 더 걱정스러울 뿐이다.

 

국민연금 유족연금의 사망 보장액은

민영보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상담하면서 많은 내담자의 보험 가입명세를 살펴봤다. 대부분 경제적 가장의 사망 보장에 대비해 비싼 종신보험에 가입했지만 어떤 종류의 사망에도 보장되는 사망 보장액은 5,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이다. 내는 보험료 대비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유족연금을 받는다. 10년 미만 가입자라면 유족연금으로 노령연금의 40%, 10년 이상~20년 미만이면 50%, 20년 이상이면 60%를 받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노령연금이 100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각각 40만 원, 50만 원, 60만 원을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령연금 평균 수령액은 약 61만 원이지만 은퇴 재무설계 강의에서 만난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은 대략 180만 원 내외의 노령연금을 받는다. 직장에 입사할 때부터 국민연금에 자동 가입돼 약 30년 가까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온 결과이다. 따라서 매월 180만 원을 받다가 사망했다고 가정하면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이기 때문에 180만 원의 60%108만 원을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1년이면 1,296만 원, 10년이면 12,960만 원, 20년이면 25,920만 원이니 민영보험과 비교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매년 인플레이션에 따른 연금액 보정분까지 포함하면 그 금액은 더 커진다. 단 배우자가 만 57(1969년생 이후) 미만일 때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하면 3년 동안은 연금을 지급하지만, 그 이후에 월평균 소득액(매년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연금 수급 전 3년 동안의 평균 소득월액의 평균액인 A 값을 기준으로 정하는데 이 값은 매년 변동됨)이 약 386만 원(현재 기준)을 초과하면 유족연금이 정지됐다가 만 60세부터(1969년생 이후 기준) 다시 받을 수 있다. 부양가족 연금도 추가로 나오지만, 그 금액은 많지 않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한다.

 

부부가 각각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가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손해인가?

 

상담이나 강의할 때 부부가 각각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가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손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정답을 먼저 말하면 손해일 수도 있고 손해가 아닐 수도 있다. 이럴 때 배우자의 연금을 선택하면 내 연금을 포기해야 하고 내 연금을 선택하면 유족연금(배우자 연금의 60%)30%만 더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노령연금액은 180만 원이고 내 연금이 50만 원인 상황에서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108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연금을 선택하면 50만 원에 108만 원의 30%32.4만 원을 더해 82.4만 원을 받게 돼 내 연금을 포기하고 유족연금을 받는 게 유리하다. 위의 예와 달리 내 연금에 유족연금의 30%를 더한 금액이 유족연금보다 많으면 내 연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보통 강의에서 이 내용을 설명하면 많은 사람이 그러면 부부 중에 한 사람만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지 않냐고 흥분해서 이야기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일찍 사망하는 게 정해져 있다면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점점 수명이 길어지는 시대에 누군가 한 사람이 일찍 사망하는 것을 걱정해 부부 중에 한 사람만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부부가 평균 수명 이상을 생존하면서 각각 연금을 받아 노후 생활비에 보태는 게 확률적으로 더 높고 안정적이다. 위의 예에서 보면 한 사람이 일찍 사망할 것을 걱정해 부부 중 한 사람만 국민연금에 가입해 연금을 받으면 매월 180만 원만 받게 되지만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평균 수명까지만 살면 그때까지 250만 원을 받을 수 있으니 180만 원을 받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부부가 평균 수명보다 더 오래 산다면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떤 선택을 할 때 극단적인 가정을 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가정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해야 매사에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점은 반드시 유념하자.

 
 

칼럼리스트 이천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저자